-
하코다테 시내 구경 - Gram 수플레 팬케이크, 카네모리 아카렌카 창고여행/2019 일본 2019. 3. 7. 20:14
[ 2/9 ]
밤새 눈이 어찌나 많이 내렸던지. 창문 너머로 보이는 세상이 온통 하얬다. 삿포로와 다르게 기차역 앞 도로마저 전부 눈으로 덮여 차선이 보이지 않았다.
시내를 구경하기 전 세븐 일레븐에 들러 우유와 샌드위치를 사서 아침으로 먹었다. 타마고 샌드위치가 그렇게 입에서 살살 녹고, 돈가스 샌드위치는 그 두께에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된다는 소문을 익히 들어왔으나 오후 늦게 편의점에 가면 모두 매진이라 여행하는 동안 먹어볼 기회가 없었다. 아침 일찍 가면 먹을 수 있다는 걸 이제 와서 깨닫다니...
트램을 기다리며 추위에 떨며 먹긴 했지만, 진정으로 달걀은 입에서 녹고 돈가스도 아주 실했다. 대체 어떻게 하면 이런 퀄리티의 제품을 편의점에서 팔 수 있는 걸까 궁금하다. 우유랑 같이 계산했는데도 386엔, 가격에 두 번 울었다.
트램은 뒤에서 타서 표를 끊고 내릴 때 기사분에게 현금을 내면 되는데 우리는 동선을 생각해서 600엔을 내며 1일권을 달라고 했다. 교통 카드가 아니라 종이를 주길래 뭔가 싶었는데, 사용할 날을 긁어서 쓰는 티켓이었다. 경제적이라고 해야 하나, 효율적이라고 해야 하나.
H 언니는 호라이초 역 근처에 있는 스키야키 집 <아사리>에서 점심을 먹고 싶어 했다. 1901년에 오픈하여 전통과 역사가 있는 가게이자 미슐랭 맛집에 선정될 만큼 음식이 훌륭한 곳이라 한다. 나는 사실 이 때 경치를 구경하느라 언니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그저 따라가기만 했다.
아사리에 도착했을 때 이상하리만치 손님이 없었는데, 알고보니 이미 주말 점심/저녁 예약이 꽉 차서 기다리는 사람이 없는 거였다. H 언니가 못내 아쉬워했으나 기다려도 안 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가게를 나왔다.
카네모리 아카렌카 창고까지 산책 겸 걸어가기로 했는데, 처음 보는 크기의 듀벨 맥주병을 발견해서 이름을 읽을 수 없는 가게로 들어갔다. 문을 열자마자 고소한 커피 향이 풍겨져 나왔는데, 여행하는 동안 맛있는 커피를 좀처럼 마시지 못했던 터라 무척 반갑게 느껴졌다(그새 맥주는 잊어버림). 모닝커피가 간절했지만, 커피 원두만 파는 곳이라 해서 또다시 슬퍼하며 가게를 나섰다. 생각해보니 한쪽엔 커피, 반대편엔 맥주라니, 매력 터지는 가게였다. 미니 바가 있어서 커피나 맥주를 그 자리에서 마실 수 있었다면 완벽했을 텐데.
주지가이 역을 지나서 창고 방향으로 조금 걷다 보니 거대한 수플레 팬케이크가 그려진 가게가 갑자기 나타났다. 팬케이크 두께 실화인가...하며 홀린 듯이 들어갔다.
가게에 높인 수플레 케이크 모형을 보자마자 직감했다. 저것은 먹어야 하는 것이란 걸. 둘 다 고민하지 않고 시그니쳐 수플레를 시켰는데, 일정 시간마다 한정 수량만 판매하는 메뉴라 직원이 따로 순번 표를 줬다. 2-3시간 간격에 20개 정도 팔았던 듯. 우리는 거의 끝 번호를 받아서 기다리는 동안 고대하던 커피를 시켰다.
......... 커피 맛은 떠올리고 싶지 않다...-_-....향은 옅고 밍밍한데 쓴맛.
이윽고 나온 수플레는 건물 외벽에 그려진 모습 그대로 나타났다. 어떻게 이렇게 두껍고 폭신하게 만들 수 있는가 싶어 감탄했다. 생크림과 버터, 시럽이 기본으로 나오는데 바나나와 딸기 토핑을 추가해서 덜 심심하게 먹을 수 있었다. 토핑 & 음료까지 1250엔.
토핑을 추가해달라고 했을 때, 직원이 영어를 잘 못 하는지 뭐라고 말하려고 하다가 멈추기를 반복. 결국은 한참을 폰으로 뭔가 하더니 번역 앱으로 토핑은 다른 접시에 제공된다고 알려줬다. 순발력이 좋은 귀요미...𖤐
수플레는 식감은 좋았으나 맛은 지나가다 호기심에 먹어볼 만한 정도이다. 두께도 제법 있는데 3개나 되니 혼자 다 먹기 힘들어서 결국 1개를 통으로 남김. 조금 아깝다(돈이).
하코다테의 거리를 걸으며 목조 건물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요란한 간판도 없고 적혀있는 글도 대부분 한자라 무슨 건물인지도 모르는데, 짙은 밤색이 겨울인데도 참 따뜻하게 느껴졌다. 도시 어디든 하나같이 '낙설 주의'라는 경고문이 붙어있는 것도 인상적.
드디어 붉은색의 건물들이 나란히 붙어있는 아카렌카 창고에 도착! 내부에 정말 많은 가게가 있어서 이것저것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어떤 건물에서는 내내 스윙재즈 음악이 흘러나와서 더 흥겨웠음.
오전에는 맑았는데 갑자기 날이 흐려지더니 눈이 내리며 스산한 분위기가 풍겼다. 하코다테의 명물 햄버거 가게인 <럭키 피에로>가 보였는데, 추천할 만한 맛은 아니라는 글을 너무 많이 보기도 했고, 내부도 매우 정신없이 요란해서 그냥 지나쳤다.
식품 위주의 기념품 가게가 있었는데, 그중 라면을 사지 않았던 게 약간 후회된다. 마트에서도 못 봤고, 공항 면세점에서도 팔지 않아서 그 맛이 매우 궁금한 상태로 남아있다. 게맛살 맛이 나는 시푸드 니신 라면 같은 맛일까?
한 박스만 사면 100% 후회한다는 마성의 과자 쟈가포쿠루. 나도 한 박스만 사 와서 까먹어 보고 왜 더 사지 않았는가 후회의 눈물을 흘렸다. 세 박스 사도 후회 없는 맛. 결론적으로 나에게 홋카이도는 감자와 우유로 남았다. 쟈가 포쿠루는 여기저기 둘러봤는데 공항에서 면세로 파는 가격(800엔)이 가장 저렴했다. 근데 저 스프들도 사볼 것을... ˃̣̣̣̣︿˂̣̣̣̣
하코다테의 유명 관광소가 귀엽게 그려진 마카롱. 상자만 봐도 기념품 각.
걸어가는데 콧물이 너무 갑자기 훅 나와서(-_-;) 급하게 스타벅스에 들어감. 서비스 음료로 커피를 줬는데 여기서도 입맛에 맞지 않아 슬픔. 커피를 연하게 마실 수밖에 없는 나에게 일본 커피는 대체로 너무 진하다.
낙설 주의와 항상 함께하는 고드름. 차양 끝에 나란히 오밀조밀 달려있는데 마치 장식처럼 생겼다.
반대편으로 걸어가면 돌다리가 보이는데, 창고들이 한눈에 보이고 멀리 전망대까지 보이는 유명한 포토 스팟이다. 나는 롱패딩을 입고도 추위에 떨었는데, 사진 찍는 사람 중 예쁜 코트와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자들이 몇 명 있었다. 그들은 일단 포즈부터가 남달랐다. 대단하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