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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보리베츠 오유누마, 하코다테행 슈퍼 호쿠토
    여행/2019 일본 2019. 2. 21. 22:59

    [ 2/8 ]

    노보리베츠에서 하코다테로 이동하는 날

    오전에 일찍 일어나 호텔 뷔페에서 간단히 조식을 먹고 온천에 한번 더 들어갔다. 노천탕과 실내탕을 몇 번 왔다갔다하고 나왔다. 아.. 더 늘어지게 있고 싶었는데 시간이 어찌나 빨리 지나가는지. 체크아웃이 10시라 방에와서 부랴부랴 짐을 싸고 외출 준비를 했다.

    H언니가 오유누마 족용장과 연못을 보러가자고 해서 아이젠을 끼고 다시 길을 나섰다. 지옥 계곡과는 반대 방향으로 올라가는데 거대한 푸른 도깨비 부자상이 있었다. 밤새 눈이 또 많이 내렸다 보다.

    ​족욕장으로 가는 입구

    다리를 건너가다 파이프를 봤다. 도시를 다니다보면 유독 눈이 쌓여있지 않은 도로가 있는데, 지하에 열선을 설치해서 눈을 녹이는 것이라 했다. 개인 주택 앞 도로에 눈이 없으면(열선이 깔려있으면), 돈이 많은 집이라던데...ㅋㅋ 아주 옛날에는 열선이 아니라 온수 파이프를 설치해서 눈을 녹였다고 한다. 이것도 그 흔적일까?싶었다.

    ​몇 분정도 걸어가니 족욕장이 나타났다. 기모 스타킹을 신기도 했고 오전에 온천욕을 한 것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워서 족욕은 하고 싶지 않았다. H언니가 신발을 벗고 발을 담그는 모습을 구경함. 

    물줄기를 따라 올라가면 거대한 오유누마 온천이 나오는데 풍경이 멋있다고 해서 올라가려고 했는데 애석하게도 길이 막혀있었다. 위험 경고판이 있어서 내려가자고 했는데 H언니가 금방 올라가면 되는데 아쉽지 않냐고 계속 이야기를 해서... 결국 살짝 들어가 보기로 했다. 제설이 안 돼서 막아 놓은 듯 눈이 거의 무릎 직전까지 쌓여있었다. 조금 걸어가니 아예 길조차 구분이 안되어있고 울타리가 내려와 출입 금지라고 되어 있었다. 멀리서 제설차량이 눈을 치우고 있는 모습으로 보아 눈이 많이 내려 임시로 출입을 통제한 듯 싶었다. 길이 막혀있어서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서둘러 내려옴. 최근 해외에서 부주의로 발생한 안전 사고도 알고 있는데 내가 괜히 위험을 무릅쓸 필요가 있나 싶었다.

    호텔로 돌아와서 짐을 찾고 버스 시간에 맞춰 호텔 건물 건너편에 있는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노보리베츠 기차역 까지 가는 버스가 드문드문 있는데, 여행자들이 대부분 캐리어를 들고 타다보니 버스가 금새 만석이 되었다. 버스 표지판에 붙은 안내문에 괜히 미리 나와 줄을 서있으란 말이 있는게 아니었다. 

    미야비테이는 다행히 2번 째 정류장이라 겨우 앉아서 갈 수 있었는데, 매 정류장마다 사람들이 가득 타 노보리베츠 온천 터미널에 도착했는데 기사가 아예 승객을 태우지 않고 지나쳤다. 기차 시간에 맞춰서 버스를 타려고 나왔는데 버스가 그냥 지나친다면 얼마나 아찔할까. 온천 거리에서 노보리베츠 기차역까지 20~30분 정도 소요되어 택시를 타도 비용이 만만치않게 나올 듯 싶었다. 터미널에서 역방향으로 버스를 타고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타는게 나아보일 정도.


    노보리베츠 역에 도착하니 딱 점심시간이었다. 기차 시간까지 2시간 정도 여유가 있어 근처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는데, 어디든 평이 좋지 않았고 캐리어를 들고 이동하기 부담스러워 그나마 역에서 가깝고 가게 분위기가 괜찮아 보이는 e  패밀리(레스토랑?)라는 가게로 들어갔다.

    가게는 노보리베츠 기차역에서 정말 가깝고 생각보다 크지 않아서 모르고 지나칠 뻔 했다. 들어가자마자 오르골 음악이 흘러나와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손님들도 많아서 음식 맛이 괜찮을 듯 싶어 기대했음.

    우리가 앉은 자리 뒷편에 위치한 장식. 화장실도 그렇고 곳곳에 로맨틱한 장식으로 분위기가 무척 좋았다. 구글 후기에서 오르골 소리에 잠들어 기차 놓칠 것 같다는 글을 읽었다. 웃기면서도 공감됨.

    물컵 밥침이 귀여웠다. 도깨비와 검은 곰이 마스코트인가 싶음.

    영어 메뉴판 외에도 사진이 들어가 있는 파일이 있는데 영 사진 솜씨가...초점도 나가있고 색상도 이상해서 안타까웠다. 차라리 구글맵에 사람들이 찍어 올린 사진을 썼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였음.

    H언니는 해산물 카레를 시켰는데 다소 괴상한 모습의 식사가 나왔다. 모습뿐만 아니라 맛도 해산물의 비린맛이 느껴진다며, 언니는 왜 이걸 시켰는가 후회했다. 

    나는 추천메뉴로 되어있던 야끼소바 중 맵지 않은 걸로 골랐다. 야채가 듬뿍 있어서 먹을만 했지만 소바의 소스가 거의 없어 면이 퍽퍽하고 면과 야채가 따로 노는 느낌이라 그저 그랬다. 무난하게 함바그나 우동 같은걸 먹었어냐 했나 ˃̣̣̣̣︿˂̣̣̣̣ 

    식사를 마치고도 시간이 남아서 카페 오레를 시켰다. 예쁜 찻잔에 담겨 나온 건 유감스럽게도 맛 없는 믹스 커피를 엄청 희석한 음료였다. 4천원주고 이런 쓰레기 커피를 마셔야 한다니... 흑흑 결구 몇 모금 먹지 않고 버렸다. 이번 여행에서 카페를 많이 못가기도 했지만 삿포로의 바리스타트 빼고는 모든 카페의 커피는 정말 맛이 구렸다...ㅠㅠ 

    그나마 후식으로 추가로 시킨 젠자이가 괜찮았다. 달달한 맛으로 입을 정화하고 나옴.  


    노보리베츠 기차역으로 돌아가니 삿포로 방면과 하코다테 방면으로 가는 줄이 나뉘어 있었다. 열차가 도착하기 몇 분 전에 검표를 하고 승강장으로 나갈 수 있었는데 하코다테 방면의 기차를 타기 위해서는 건너편으로 넘어가야 했다. 얼마나 역이 작고 오래되었는지,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가 없어 캐리어를 들고 계단을 오르내려야 했다. 

    이 때 기차역 내부에 free porter라고 씌여진 옷을 입고 있던 직원들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노약자들의 짐을 옮겨주는 역할이었던 것이다-_-;;; H언니와 나는 28인치 캐리어를 번쩍 들고 계단을 오르내림... 계단을 내려올 때 캐리어에 매달리듯 내려오는 내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포터 한 분이 도와줬다. 그럼에도 다음날 근육통이 생김...후....

    건너편에서 바라본 원통함의 인증 샷.

    ​날이 무척 추웠는데 기차가 15분이나 연착되어 더 힘들었다. 왜 이렇게 추운가 했는데 이 다음날 홋카이도 동부 지역은 영하 35도를 찍었다는 기사가 떴다. 아... 차라리 전날 기차를 타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함.

    하코다테까지 슈퍼 북두(호쿠토)라는 이름의 열차를 타고 가게 되는데 객차의 대부분이 지정석이고 자유석은 2칸 정도밖에 안된다. 자유석은 선착순이라 좌석이 다 차면 서서 가야한다고 한다 •᷄⌓•᷅  3시간 반인데... 성수기에 괜한 모험을 하고싶지 않아서 여행 전에 미리 기차표를 예매하기로 했다. 

    기차표는 레일패스를 사거나 에키넷에서 예매할 수 있는데, 에키넷은 일본어 밖에 지원하지 않는다. 우리의 루트 상 레일패스보다 따로 표를 구매하는 게 더 저렴해서 일본어를 잘 하는 H언니 지인의 도움으로 에키넷에서 겨우 예매를 했다. 

    언니가 에키넷 회원 가입을 하는데 주소지에 전각/반각 문자 구분 때문에 가입이 제대로 안돼서 고생했다고 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노보리베츠-하코다테/ 하코다테-히가시무로란 기차표를 예매할 수 있었다. 예약시 사용한 신용카드를 가지고 탑승일 하루 전에 기차역에서 표를 발권해야 한다고 한다. 나는 너무 편안하게 가게 되어 송구스러움... 

    성수기에는 사람이 많아서 지정석도 표가 거의 없는 듯 했다. 실제로 삿포로 역 JR 인포센터에서 한국어로 상담하던 직원이 그날 하코다테 행 표가 없다고 이야기 하는 걸 듣기도 했고, 하코다테행 기차가 도착하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자유석 칸으로 몰려가는 모습을 보니 미리 예매를 하기 잘했다 싶었다. 

    기차를 타면 좌석 앞에 표를 꽂을 수 있는 칸이 있다. 꽂아두고 잠들었는데 어느새 검표원이 지나가면서 펀칭을 하고 갔다. 역에서 내려서 게이트를 통과할 때 사용해야 하므로 꼭 챙겨서 내리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대부분은 자면서 왔지만, 중간에 깼을 때 심심해서 넷플릭스로 일하는 세포들과 란마를 한편씩 봤다. 넷플릭스는 나라마다 제공하는 영상물이 달라서 일본 넷플릭스엔 뭐가있나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91년도 작품인데 지금봐도 재미있다니... 옛날에 비디오를 엄청 봤던 기억도 나고 여러모로 추억을 떠올리며 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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