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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서울 하늘 아래 - J. M. G. 르 클레지오리뷰/책 2018. 2. 12. 22:58
외국인이 한국을 배경으로 쓴 소설이라는 점에서 흥미가 생겨 읽어보았다. 작가가 노벨 문학상 수상자라는건 나중에 알았음.
전라도 어촌 출신인 주인공 빛나가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며 생활하는 이야기와, CRPS(복합부위통증 증후군)를 앓고 있는 살로메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나온다. 지어낸 이야기는 실제 일어나는 일이거나, 일어날 법 한 이야기들을 묘사하고 있다.
약간 어색한 느낌이 없지는 않았지만, 생각보다 한국 사회를 세밀하게 관찰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반지하 셋방에서 쥐와 고군분투 하거나, 관음증 변태에게 시달리거나, 스토킹으로 고생하는 이야기는 소름돋다못해 창피하기까지 했다. 이화여대 교수로 지내면서 학생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넣었다고 하던데 이래서 다들 헬조선이라고 하는 건가 싶고.
심지어 빛나의 대학 생활조차 가난과 고통 속에서 서울에서 생존하기 위한 발버둥으로 묘사된다. 서점에서 만난 프레데릭 박과의 연애도 어딘지 모르게 거짓말 투성이고 사랑같은 건 느껴지지 않아서 차라리 엄마가 있는 한적한 전라도 어촌으로 돌아가는 걸 바라게 되더라. 이런 서울 하늘 아래에서는 다시 만나고 싶지 않다.
불법으로 대학 강좌 대리알바를 뛴다던지, 못난 남자들에게 능욕당해 결국 자살로 삶을 마감하는 여가수 이야기라거나... 곳곳에 울적한 이야기들이 숨어있는데 전혀 어색하지 않아서 슬픈 기분이었다. 이북 너머로 비둘기를 날리는 조씨 이야기나, 갑자기 등장하여 주민들의 메신저가 된 키티 이야기에 그나마 위로 받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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