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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들레이드 와이너리 투어, 바로사 밸리
    여행/2018 호주 2018. 10. 22. 21:33

    K는 애들레이드가 호주의 유명 와이너리 산지 중 한 곳이란 걸 알고, 호주 여행이 처음임에도 일정의 절반을 과감하게 애들레이로 채웠다. 보통은 시드니에 올인하거나 멜버른 정도 갈 법한데... 피할 수 없는 알콜 러버의 숙명ㅋㅋ

    웹사이트를 통해 투어 예약을 하려고 보니 생각보다 여유가 없었다. 주말은 빠르게 마감되서 애들레이드에 도착한 다음날, 금요일 투어를 겨우 신청했다(나중에 캐리어가 안 와서 아주 적절한 일정이었다). 투어 프로그램은 인근의 독일마을과 와이너리를 함께가는 등 여러가지가 있었는데 우리는 와인에 오롯이 집중하고자 와이너리를 최대한 많이 가는 프로그램을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대 만족.

    오전에 여기저기 와이너리가 아닌 다른 곳을 돌아다녀서 조금 실망했는데 나중에 돌아오는 버스에서 세어보니 투어하면서 시음만 23 잔을 했더라. 시음 양도 적은편이 아니라 취기도 슬슬 올라오고 엄청 신나하며 돌아다녔다. 투어 가격이 10만원이 안됐던 것 같은데 점심도 주고 와인 시음도 엄청나고 가성비가 매우 좋은 투어였다. 이 날 투어 덕분에 애들레이드를 더욱 사랑하게 됨♡


    투어는 여행사에서 작은 버스를 대여해서 다른 일행과 돌아다니는 식이었다. 구글 맵에서 다녀온 곳들을 찍어보면 이런 느낌. 호주 남부는 맥라렌 밸리와 바로사 밸리가 유명한데, 우리는 제이콥스 크릭 와이너리가 있는 바로사 밸리를 다녀왔다.


    Big Rocking Horse
    오전 7시에 투어 버스를 타고 한 시간 이상 교외로 달려 처음으로 향한 곳은 구메라차에 있는 Big Rocking Horse라는 관광지였다. 입구에 거대한 목마가 세워져 있어서 저런 이름이 붙은 듯. 버스에서 캥거루에게 먹이주기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나도 그렇고 다른 관광객들도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정신없이 카페로 달려가 커피를 주문했다. 커피 좀비는 일을 하건 여행을 가건 늘 같은 비슷한 시간에 출몰하지...ㅋㅋ


    따뜻한 롱블랙 한 잔. 맛이 생각보다 괜찮아서 즐겁게 마셨다. 이곳의 독특한 점은 주문하면 진동벨 같은걸 주는게 아니라 번호가 붙어있는 작은 표지판을 준다. 애들레이드 시내에서도 그렇고. 카페건 레스토랑이건 다 표지판...아날로그 갬성 터짐ㅋㅋ
    차를 다 마시고 동물 구경이라도 해볼까 싶었더니 바로 다음 장소로 가야한다 그래서 조금 아쉬웠다.


    Wispering Wall
    두번 째로 향한 곳은 속삭이는 벽이라는 별명이 붙어있는 댐이었다. 한쪽 끝에서 벽을 두드리면 그 울림이 퍼져서 반대편에서도 들린다는 곳으로, 한적한 풍경이 펼쳐져있어 더없이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이었다.




    ​<1> 제이콥스 크릭Jacob’s Creek
    드디어 와이너리를 방문했다. 날씨가 어찌나 좋던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넓게 펼쳐진 포도 밭을 바라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다.

    찾아보니 제이콥스 크릭은 바로사 밸리 최초의 상업적 포도원이라고 한다. 상호도 근처에 있는 지역의 강 이름을 따라 지었다고. 포도밭에서 여러가지 나무를 보여줬는데 품종 별로 큰 차이점은 느끼지 못했다... 설명해주는 직원이 2m정도 되어보이는 훈남이라 그냥 흐뭇하게 바라 봄ㅋㅋㅋ



    방문자 센터 안 쪽으로 카페도 있고 레스토랑도 있어서 개인적으로 방문하는 사람들은 원하는 만큼 즐기다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시설이 참 잘되어있다고 생각했는데 과거에 와인 관광지로 상도 받았던 모양.


    시음은 4종류 와인을 마셨고 스파클링, 로제, 화이트, 레드로 다양했다. 곁들여진 막대 과자를 즐겁게 먹고 사진도 찍으면서 재밌게 놀았다. 와이너리 투어의 좋은 점은 시음했던 와인이 마음에 들면 그 자리에서 바로 구매가 가능하다는 점. 1일 1와인을 위해 쇼핑을 좀 해야겠다 생각했지만 일단 제이콥스 크릭은 한국에서도 쉽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이니 구매는 다른 와이너리에서 하기로 결정했다.


    ​​​​​​​<2> Kies Familly Wines
    다음 와이너리는 투어 프로그램에 야심차게 적혀있던 키스 패밀리 와인. 3대 이상 같은 일을 물려받아서 한다는게 대단한 것 같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태어나자마자 직업이 정해져 있다면 참 복잡 미묘한 심경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국도 전통적으로 가업을 잇는 집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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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게가 매우 좁아서 바를 둘러싸고 20명 남짓한 사람들이 오밀조밀 서서 시음을 했다. 주인 아저씨가 와인이 맛없으면 버려도 된다고, 다시 병에 넣어서 팔면 된다며 장난을 많이 쳤다ㅋㅋ 오붓한 분위기에서 6잔을 시음했다. 리스트에 있는거 다 주는건가? 싶었는데 정말 그러했다. 이 때부터 충격. 제이콥스 크릭에서 마신 4잔도 정말 많이 준다~​~ 이러면서 마셨던 건데. 과연 패밀리 와인. ​​​​인정이 넘친다.


    시음했던 쉬라즈 와인이 맛있어서 저녁에 마실 용으로 한 병 구매했다. 이후로 여행 막날까지 와인을 쭉 마시며 2~3만원짜리 와인이면 대체로 평타 이상은 한다는 걸 깨닫게 됐다.


    <3> Saltram Cellar Door
    열 잔의 와인을 시음하니 취기가 절로 올라왔다.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신나서 셀카를 찍고 놀다보니 어느덧 다음 와이너리에 도착했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오크통과 지하에 있는 와인 보관 창고 같은 곳을 구경하며 가볍게 화이트, 레드 와인 한 잔씩 시음하고 점심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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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음했던 레드 와인이 또 어찌나 맛있던지 구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점심으로는 여러 종류의 피자와 감자 튀김이 나왔는데, 따끈한 감자 튀김이 특히나 맛있었다. 투어 일행과 나란히 한 테이블에 앉아 여러 종류의 피자를 나누어 먹었는데, 옆자리에 앉은 여자분이 양고기가 들어간 피자를 먹더니 너무 맛있다며 극찬을 하며 우리에게 피자를 먹어보라고 권했다. 양고기 피자라... 흠. 저렇게 맛있다고 하니 괜찮겠다 싶어서 기대하며 한 입 베어물었다가 지옥 비린내를 맛 보았다. 도저히 씹을 수 없어서 냅킨에 조용히 뱉어버렸다. 왜 이게 원더풀하고 나이스한 것인가 이해할 수 없었다. 사람 입맛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니. 충격...



    이맘 때 호주는 따뜻할 줄 알았는데 여행하는 내내 기온이 10도 초반으로 제법 쌀쌀했다. 실내에 계속 있다보니 추워서 식사를 마치고 테라스로 나와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빈둥 거리며 쉬었다. 후식으로 티를 시켰는데 끝내 나오지 않아 그냥 버스에 탔는데, 출발 직전에 직원이 일행에게 테이크 아웃 음료가 잔뜩담긴 쟁반을 건네줬다ㅋㅋ 따뜻한 녹차를 마시며 다음 와이너리로 출발.


    <4> Wolf Blass Winery
    울프 블라스라는 브랜드는 어마어마한 생산량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키스 패밀리 와인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몇 십배의 생산량을 자랑 하는 곳이었고, 실제로 이후 마트나 면세점에서도 쉽게 만나 볼 수 있는 브랜드였다.

    원형으로 생긴 방문자 센터를 들어가니 독수리 상이 있었다. 이름은 울프인데 왜 독수리가..? 소소한 의문을 품으며 열심히 사진 찍고 놀았음. 와인은 4종류를 마셨고, 생각보다 딱히 끌렸던 게 없어서 구매는 하지 않았다. 제이콥스 크릭처럼 어디서도 만날 수 있는 브랜드라 더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5> Lambert Estate Vineyards
    마지막으로 방문한 와이너리는 분위기가 무척 좋은 곳이었다. 벽에 여러 그림들이 걸려있어 마치 작은 갤러리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게다가 한 쪽 벽에는 벽난로가 있어서 불이 피어오르는데 바라만 봐도 따뜻했다.

    이곳 사장님은 와인을 좋아해서 멀쩡한 직업을 때려치고 농장을 사들였다고 한다. 아.. 오카네모치!!! 잠시 부러움의 눈물을 흘렸다. 한국가면 로또사야지 생각함ㅋ


    그리고 또다시 이어진 시음의 행진. 7잔이 연달아 서빙되었고, 원하면 따로 비용을 내고 치즈 플래터나 크림 브륄레를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와인만으로도 배가 터질 것 같은 걸...ㅠ 마지막 와인은 초콜릿 향이 가득한 포트 와인이 나왔는데 꾸덕하고 달달한게 인상적이었다. 너무 달아서 정말 디저트 처럼 조금만 먹어야 딱인 그런 와인이었던 듯.



    나와 K는 투어 내내 엄청 즐거워했지만, 술을 잘 못하는 사람은 이런 알콜 투어가 힘들 것 같다. 실제로 앞 테이블에 앉았던 캐나다 여자애는 도저히 더 못 마시겠다며 친구 잔에 와인을 버렸음ㅋㅋ


    시음 했던 와인 중 마음에 드는 와인이 서로 달라서 각자 개인적으로 마실 용도로 따로 구매했다. 내가 구매한 건 아래 요 와인. 데스크에 판매 와인 자료를 참 잘 정리해놨더라. 한창 빠진 쉬라즈가 아닌 멀롯 품종의 와인이었는데 마실수록 입 안에서 오묘한 향과 맛이 두루두루 느껴져서 반했다. 캐리어에서 깨질까봐 여러 병을 못 산것이 안타까울 정도였다. 다음에 여행갈 땐 미리 ​와인 포장 뽁뽁이를 따로 챙겨와야겠다고 결심했다.


    한적하고 조용한 풍경을 바라보며 이층 테라스에서 사진을 찍고 놀았다. 며칠 째 같은 옷을 입어서 사진 찍을 때도 슬펐음ㅠㅠ 호텔로 돌아각면 캐리어가 도착해 있길 바라며 와이너리 투어를 마쳤다.


    Menglar Hill
    시내로 향하는 길에 잠시 전망이 보이는 언덕에 들렀다. 가이드의 재량으로 마지막 와이너리에서 꽤 오랫동안 머물며 수다도 떨도 놀아서 어느덧 해가 지려고 하고 있었다. 여러가지 조각들이 새겨진 공원을 산책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다시 버스를 타고 애들레이드로 향했다.




    호텔로 돌아와서 데일리 와인과 각자 구매한 와인을 주르륵 늘어놓고 인증샷! 술기운에 나른하기도 했지만 다음에 또 오고 싶을 만큼 애들레이드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었던 매우 만족스러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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