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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레이드 시내관광 -1여행/2018 호주 2018. 10. 16. 23:05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8시쯤 호텔에 도착했다. 얼리 체크 인이 가능하면 샤워를 하고 K가 도착할 때까지 한숨 자고 싶었다. 하지만 역시 인기 호텔... 빈 방이 없어서 체크인이 불가능 하다고해서 커피라도 마시며 좀 쉴까 하고 근처 카페를 열심히 검색했다. 처음으로 마시는 커피라 맛있는 곳에서 먹고 싶었고, 고심 끝에 숙소 근처에 있는 구글에서 평이 좋았던 Larry & Ladd라는 가게를 찾아갔다.
분명 스타일리쉬하다고 적혀있었지만... 구글에 안락한 가게라고 나와있었는데 엄청 시끄럽고 펑키한 음악이 흘러 나오는 곳이었다. 흑흑... 이른 시간이라 그런가. 가게 이름은 가게 주인처럼 보이는 두 남자의 이름인가?하는 생각을 하며 블투 키보드로 잠시 글을 적다가 음악 소리에 너무 피곤해져서 금방 나왔다. 분위기는 좋았지만, 테이블이 높고 등받이가 없는 의자 뿐이라 편히 쉬기 힘들었다. 무엇보다 기대하며 카페라떼를 시켰는데 한 모금 마시니 이것은 정확히 맥심 믹스의 그 맛이었다....ㅠ
나중에 알게된 거지만, 호주에선 무조건 플랫 화이트를 마셔야 겠더라. 롱블랙은 대체로 시큼한 맛이 나는 경우가 많았고, 위가 약한 내가 마시기엔 지나치게 맛이 강했다. 신 맛도 익숙해지니 어느정도 매력적으로 다가왔지만 부드럽고 고소한 플랫 화이트를 이길 순 없음.
Art Gallery of SA
도시가 작다보니 걸어서 어디든 갈 수 있었는데, 마침 근처에 미술관이 있어 찾아가 보기로 했다. 국립 미술관은 어느 지역이든 무료로 관람할 수 있었고, 작품 수도 제법 많아서 차분히 시간을 보내기 좋았다.
엄청 흐린날. 바람이 불어 꽤 추웠다. 얇은 니트와 자켓, 머플러가 아쉬웠던 순간.
전시실에 들어가자마자 깜짤 놀란 작품. 어떤 작가의 특별 전시였던 모양인데, 이거 말고도 검은 그물(?) 상자 속에 흰 드레스를 놔둔 작품도 있었고, 전반적으로 선과 얽힘에 관한 강박이 느껴졌다. 충격.
State Library of SA
바로 옆에 도서관이 있었는데, 내부가 마치 해리 포터에 나오는 장소 같다고 유명한 곳이었다. 사진으로는 엄청 밝게 나왔지만, 실내는 제법 어두웠고 유명세 그대로 참 분위기 있는 곳이었다.
나는 1층에 전시된 것들만 보고 나갔었는데, 나중에 K랑 다시 방문했을 때 입구쪽의 계단으로 2층과 3층으로 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실제로 테이블에 앉아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게됨(헉...). 카메라로 사진 찍는데 소리가 크게 느껴져서 매우 미안했다.
꽂혀있는 책들이 얼마나 낡았던지 진짜 읽는 건지, 장식용인지 알 수가 없었다. 모든 책이 거의 누렇게 되어 오래된 책 특유의 냄새를 풍겼다.
시내-공원의 풍경
호주하면 떠오르는 건 역시 도시에 펼쳐진 푸른 공원과 거대한 나무들, 이름모를 신기한 새들인 것 같다. 처음 시드니 보타닉 가든을 방문했을 때, 거대한 나무들을 보면서 처음으로 자연이 폭력적으로 느껴졌다고, 지금 그게 다시 느껴진다 했더니 경외감도 아니고 폭력이나며 K가 마구 웃었음ㅋㅋ
Luigi Delicatessen
점심즈음 K와 호텔로비에서 만났다. 어찌나 반갑던지. 체크인이 2시 부터였는데 청소가 끝났다고 해서 바로 방으로 들어가 샤워를 하고 점심을 먹으러 밖으로 나왔다. 뭘 먹을까 하다가 트립 어드바이저에서 가장 평점이 높은 카페로 향했다. 경험적으로 트립 어드바이저 맛집은 그래도 믿을만 하니깐.
동네를 돌아다니는데 아시아인 관광객은 정말 우리 밖에 없는 듯한 느낌이었다. 가게 안에도 현지인들이 한 가득. 주인 아저씨가 굉장히 재밌는 분으로 유머러스했고, 여자 점원도 엄청 친절했다. 주문을 하는데 추천 메뉴가 뭔지에 대해 한참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음식 사진같은 걸 볼 수 있냐고 하니까 직접 인스타에서 찾아서 보여주고... 이런 여유는 이 도시니까 느낄 수 있는 거겠지 싶었다.
음식을 잘 몰라서 직원에게 마법의 질문을 던졌다. “추천 메뉴는 뭐에요?” 직원이 연어 브루쉐타(?)와 토마토 해산물 파스타를 추천해 줬는데, 둘 다 맛있었지만 파스타는 조금 짰다. 이곳도 전반적으로 음식이 짠 편인 것 같았다. 이후에도 주문할 때 안 짜게 해달라고 말하는 걸 잊어버리면 여지없이 짜게 나옴ㅋㅋ
BWS Rundle Mall
K와 나는 둘 다 알콜 러버이기 때문에, 여행 오기 전부터 1일 1와인을 하기로 굳게 약속을 했었다. 마트에서 저녁/아침에 먹을 샐러드와 과일을 구입하고 와인을 사려고 보니 호주도 bottle shop에서만 술을 구입할 수 있었다.
호주는 쉬라즈 품종의 와인이 유명하고, 바로사 밸리나 맥라렌 밸리 와인이 유명하다는 건 알았지만 정말 너무나도 다양한 종류의 와인이 있어서 선택의 장애가 왔다. 한국에서 인터넷 검색으로 몇 개 적어간 와인은 찾을 수도 없었음ㅋㅋㅋ 그런데 여기서도 다행히 점원의 추천 와인이 있었다! 특정 와인들 밑에 점원들이 붙여논 추천 쪽지가 있었는데, ‘꼭 먹어봐야 함. 후회하지 않음’, ‘한 병을 마시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3병 마심’, ‘부끄럽지만 이걸 마시고 필름 끊김’같은 내용이 깨알같이 절절하게 적혀있어서 정감가면서도 웃겼다ㅋㅋㅋ
추천 와인 중 2종류 구입! 가격은 각 2만원 정도였고 추천 와인답게 무난하게 즐겁게 마실 수 있었다. 견과류를 사서 호텔방에서 냠냠 잘 마시고 딥 슬립. 장시간 비행 때문에 좀 피곤했던 것 같다. 새벽에 도착하는게 이득이라고 여기던 시절은 이제 갔음... 이제는 점심쯤 도착해서 가볍게 도시를 둘러보고 호텔에서 쉬는게 최고인 것 같다.
사실 밤에 뭘 하고 싶어도 가게들이 죄 일찍 닫고 날이 추워 딱히 할 것이 없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부터 와이너리 투어가 시작돼서 각자 운동/출빠 후 휴식을 취했음.
도시를 다니며 인상적이었던 건, 길을 지나가다 마주치기만 해도 사람들이 미안하다며 피해가는 것. 가게에 들어가면 점원들이 웃는 얼굴로 엄청 친절하게 대해주는 것. 헤어질 때 러블리 데이를 보내라거나, 뭔가 이야기하면 참 스윗하다며 예쁘게 말하는 것, 도시에 쓰레기가 없고 깨끗한 것, 가게들이 새벽에 일찍 오픈하고 오후 6시가 되면 거의 문을 닫는 것... 조용하고 여유로움이 넘치는 매력적인 도시라 K와 둘다 너무 좋다고, 추석 연휴에 힐링된다며 좋아했다. 그리고 이 느낌은 도시를 떠날 때 까지 쭉 이어졌다. 나중에 또 오고싶어지는 사랑스러운 곳. K덕분에 처음으로 여행하며 쉬는느낌을 받았다.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