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들레이드에서 스윙댄스 즐기기여행/2018 호주 2018. 10. 16. 21:01
나는 조금 수줍게 표현해보자면 스윙 댄서다. 오랫동안 꾸준히 해온 취미 생활이 손에 꼽을 정도인데, 헤아려보니 벌써 춤을 추기 시작한지 2년이 넘었다. 나도 놀라고 주변 사람도 놀라는 부분. 그래서 이제는 당당하게 취미생활 중 하나로 춤을 이야기 한다. 다만 대부분 스윙 댄스를 잘 모르는게 함정ㅋㅋ
어느 정도 춤을 즐기게 된 이후로, 주변 지인들의 해외 출빠 후기를 흥미롭게 읽으며 나도 한 번쯤 가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하지만 외국은 소셜 댄스를 출 수 있는 날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고, 출빠 정보가 없거나 너무 오래 전에 작성된 글이 많았다. 단언컨데 서울만큼 스윙댄스를 즐기기 좋은 도시는 없을 듯.
그나마 동호회 카페에서 4년도 더 된 시드니 출빠 후기를 찾을 수 있었고, 관련 동호회와 사이트가 아직 유지되고 있는 걸 확인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의 여행 일정 중에는 소셜 댄스가 열리지 않는 것 같았다. 아쉬운 마음에 거의 포기하고 있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애들레이드에도 스윙 동호회가 있는지 검색해 봤는데....
https://swingoutadelaide.com
The Stomp – Social Dance
시간: 9:00 pm - 10:30 pm
날짜: 매주 목요일(이벤트 주 제외, 홈페이지 캘린더 확인필요)
입장료: 5 A$
주소: The Estonian Hall, 200 Jeffcott Street, North Adelaide.
오 마이 갓!!!
이 작은 도시에 스윙 추는 사람이 있겠어? 하고 생각했는데, 죄송합니다. 반성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애들레이드에 도착한 바로 그날(목요일)이 1주일에 한 번 있는 소셜데이!! 흑흑 감사합니다. 그러면서 신나게 스윙화랑 옷을 챙겼지만, 애들레이드에 도착한 그날 나의 캐리어는 홍콩에서 오지 않았다..........
새벽에 짐도 없이 도착해서 피곤하고 꼬질해 보이는 이런 옷으로 춤을 추러 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가지말까 싶었는데 K도 그냥 가보라고 하고... 여차하면 그냥 바에서 술이나 마시며 음악이라도 듣고와야 나중에 후회를 하지 않을 것 같아서 부랴부랴 구글 지도로 교통편을 알아보았다.
오후 6시만 지나도 가게들이 다 닫아 어두 컴컴해진 거리에서 노스 애들레이드로 향하는 235번 버스를 기다렸다. 정류장에 왠 남자들이 앉아있었는데 한 명이 애인과 막 헤어졌는지 울면서 하소연을 하고 있었다. 사람 사는 건 다 똑같군 하고 생각했는데 이야기 들어주던 나머지 사람들이 버스가 오니 쿨하게 안녕~ 하고 가버렸다. 느낌상 친구가 아니라 그냥 정류장에서 만난 사람한테 한탄 한 것 같더라... 스몰 토크 쩐다.
구글 맵으로 주소지를 찾아가니 작은 실내 체육관 같은 건물이 나왔다. 그리고 문 밖에서 벌써 익숙한 곡이 흘러나와 신나게 입장을 했다. 신발은 따로 실내화를 갈아신지 않아도 괜찮은 것 같아서 안심했는데 문제는 너무도 사람이 적었다...ㅠㅠ
홈페이지 사진과는 너무 다른 분위기....ㅋ
그마저도 몇 명은 오른쪽 안 쪽 바에서 술마시며 이야기 함. 흑흑... 춤추는 시간이 적다고 아쉬워 할 것도 없었다ㅋㅋㅋㅋ 다들 친한 사람들하고 연달아 여러 곡 추길래 몸을 좀 풀고 눈치 보다가 그나마 열심히 추는 사람에게 용기 내서 홀딩 신청을 했다. 3곡 정도 연달아 추고 잠시 쉬는데 어디에서 왔냐고 물어보길래 South Korea라고 했더니 “거긴 매일 춤출 수 있다며?” 하고 엄청 부러워 하는 눈빛으로 물어보길래 빵 터짐ㅋㅋㅋ
그 외 여러 명하고 춤추다가 다른 행사나 클래스에 관한 공지사항 전달하는 시간이 되어 잠자코 구경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오늘 특별한 게스트가 왔다며 웰컴 쨈을 진행해 주었다. 감동..ㅠ.ㅠ 여자분들이 모두 리딩을 엄청 잘 해줘서 신기했다. 강사분들인 듯 싶었음.
유독 인상에 남는 아시아계 남자 한 분이 있었는데, 정말 춤을 장난없이 잘 추셨음. 짧은 시간이었지만 엄청 행복하게 잘 놀다 왔다. 역시 오길 잘했어 하면서.
돌아가는 길에 버스를 30분 넘게 기다려서.. .차라리 조깅을 할 걸 싶었지만 여튼 즐거운 추억으로 입구에서 혼자 상기된 얼굴로 인증샷을 남기고 호텔로 돌아왔다. 다음 여행에서도 또 출빠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ㅎㅎ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