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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캐세이 퍼시픽, 홍콩 경유 애들레이드행
    여행/2018 호주 2018. 10. 12. 00:24

    많은 우여곡절 끝에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아침 일찍부터 분주하게 시간을 보냈더니 앉자마자 피로가 몰려오는 기분이었다. 환승 시간이 50분 밖에 안돼서 빠듯한 와중에 출발이 지연되어 가장 앞 좌석을 배정받았는데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확실히 앞에 공간 여유가 있으니 몸이 편했다. 하지만 이 자리는 유아를 동반하는 사람들에게 배정되는 자리이기도 해서 옆에 3살 정도 되어보이는 아이를 데리고 온 부부가 앉았고, 앞쪽은 유아용 간이 배드가 얹어지는 장소로 탈바꿈 되었다. 아이가 엄청 칭얼거려서 살짝 괴롭긴 했지만 헤드폰을 쓰고 영화에 집중하니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음.

    홍콩까지 4시간 정도 걸리는데 식사가 나와서 놀랐다. 치킨 라이스를 시켰는데 제법 맜있어 보였다. 하지만 고기가 몹시, 몹시, 몹시도 짰다. 비행기 탑승 전에 간단히 샌드위치를 먹어서 별로 배가 고프지 않은 상태라 거의 남겼지만 디저트로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이 나와서 꾸역꾸역 열심히 먹었음. 지연 출발로 깎인 이미지가 디저트로 살짝 회복됨ㅋㅋ

    비행기 안에서 주로 영화를 보는 편인데 홍콩 비행기다보니 아쉽게도 한글 자막이 제공되는 영화는 거의 없는 듯 했다. 아예 언어가 한국어 더빙인 경우는 있어도... 그래서 데드풀 2를 영어 자막으로 봤는데 유난히 말도 많고 욕도 많은 영화라 내용을 제대로 이해한건지 모르겠다ㅋㅋㅋ

    홍콩에 거의 도착할 때 쯤 화면에 환승편에 대한 정보가 나왔다. 6시 45분 비행기를 타야하는데 6시 12분에 내림...ㅋㅋㅋ 아무리 홍콩 공항이 단순한 구조라고 해도 나는 달려서 갈 수 있겠지만 과연 내 짐은 30분만에 제대로 실려서 오는 것인지 그게 더 걱정이었다.


    비행기에서 내리니 입구쪽에 다음 캐세이 퍼시픽 비행편의 환승 게이트가 적혀있었다. 지도상으로는 왼쪽으로 쭉 가야하는데 쓰여있는 환승 표지판은 죄다 오른쪽 방향이라 결국 안내하고 있던 직원에서 다시 물어봐서 왼쪽이라는 확인을 받고 냅다 뛰었다. 어찌나 길던지. 그리고 왜 빠르게 이동하는 트랙은 모두 반대 방향으로만 움직이는지...속으로 궁시렁 궁시렁 욕을 하며 W표시된 지점까지 간 후 환승 보안 심사 게이트로 들어갔다. ​어디에 내리든 탑승 게이트가 어디든 환승은 무조건 W지점(보안검색대)로 돌진해야 한다.



    다행히 보안 게이트에 대기하는 사람이 없어서 빠르게 통과하고 또다시 엄청 달려서 겨우겨우 71번에 도착했다. ​캐세이 퍼시픽은 모바일 항공권을 사용할 수 있어서 애플 월렛에 저장해두니 매우 편했다. 바코드만 읽혀주면 완료. 자리에 앉았는데 어찌나 뛰었던지 땀이 다 났다 지금까지 50분 환승을 몇 번 타봤고 실패한 적도 없지만 앞으론 정말 피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이륙하자마자 곧 dining list와 입국 심사용 서류를 나누어 주었다. 주식 메뉴가 채식 메뉴까지 총 3종류나 있어서 섬세하다고 생각했다. 예전엔 채식이라고 하면 특별식 느낌이었는데 메인 메뉴에 등장할 만큼 수요가 늘었나보다. 확실히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있음을 느꼈음.​


    디저트로 역시 아이스크림이 제공되었지만 하겐다즈는 아니었다. 그래도 나름 먹을만 해서 밥보다 열심히 냠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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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은 이번에도 너무 짜서 고기는 거의 먹지 않았다. 사실 아무것도 안하고 앉아만 있으니 배가 거의 고프지 않기도 하고. 위가 약해서 비행기에서는 더욱 조심하고 천천히 조금만 먹는게 진리인 듯.

    헤드폰 꽂는 곳이랑 소리 키우는 법을 못 찾아서 조금 헤맸다. 기체 흔들림이 종종 있었는데 음악 앨범 list에 워너원 앨범이 있어서 음악의 힘으로 두려움을 극복했다ㅋㅋ 친한 언니들이 워너원 팬이기도하고 이래저래 사진도 던져주고 영업을 하는지라 친숙해서 맘이 놓이더라. 나야나와 네버, 뷰티풀을 들으며 터뷸런스 공포를 이겨냄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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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앨범이 두 개나 있는건... 방송 프로그램으론 워너원고도 몇 편 있었다. 아무래도 관계자가 워너블인건지 기획사가 영업을 잘하는 것인지 의심스러운 순간이었다. S언니는 이 이야기를 듣고 캐세이 퍼시픽이 대한항공보다 훌륭하다고 칭찬함ㅋㅋ​

    비행기 안에서 할 일이 딱히 없는데 잠도 안오고 해서 음료수로 화이트 와인을 마시며 블루투스 키보드로 메모장에 여행기를 적었다. (와인은 레드건 화이트건 맛없다)
    늘 여행을 다녀오면 감상을 적어야지 해도, 제대로 남긴 적이 없었는데 이런 시간에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으니 완전 시간도 잘 가고 기록도 남고. 무겁게 가방에 넣어온 보람이 마구 느껴졌다. 역시 사길 잘했음. 후후후.

    입국 심사 서류를 작성하거나 식사 메뉴에 모르는 영단어가 있을 때 ​아이폰 사전기능이 참 유용했다. 검색창에서 영단어를 입력하면 비행기 모드에서도 뜻을 찾아 주던데 대체 사전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신기했다.


    그리고 졸려서 자려고 했는데 여행 때 항상 챙기는 ​귀마개가 아주 열일했다. 소음 차단 효과가 높은 귀마개를 쓰면 주변 사람이 떠드는 소리도 안들리고 잠도 잘옴. 다만 기내가 너무 추워서 자다가 코가 시려워 계속 깼다. 앞으론 ​마스크를 꼭 챙겨가야겠다고 결심하게 됨.

    애들레이드에 새벽 6시 정도 도착하는 비행편이라 사실 혼자서 이른 새벽에 뭘 해야할지 막막했다. 아주 아주 천천히 움직이면서 짐을 찾으러 가는데 왜 방송으로 내 이름을 부르는 것인가...

    애써 현실을 부정하며 수하물이 나오는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Baggage service 직원이 나에게 “Are you LEE?”하며 말을 걸어왔다. 안돼에에에에ㅠ 할머니는 나의 짐이 오지 않았다며, 내일 오면 배송해 줄테니 어디 묶는지 알려달라고 했다. 그렇다 그 짧은 시간에 짐이 오지 않은 것이다. 분실이 아니라 미리 통보가 되었던 모양이다. 그나마 옷을 좀 괜찮게 챙겨입고 갔고 애들레이드에서 충분히 머물러서 다행이었다. 거지꼴에 체류 기간이 짧았다면 쇼핑몰에서 옷부터 샀을 듯...

    일단 신고서 비스무리한걸 작성해서 이런 이메일을 받고 혹여나 짐이 안 올까 전전긍긍했다. 수하물 조회 사이트는 번번히 접속이 안돼서 더 불안했음.


    홍콩-애들레이드 비행편이 하루 1대인 건지 도착한 다음날 새벽에 짐이 와서 그날 정오쯤 호텔로 캐리어가 왔다. 순간 안도하면서 앞으로 다시는 짧은 환승은 핸드 캐리가 아니면 타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짐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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