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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 & 내게 무해한 사람 - 최은영리뷰/책 2018. 10. 5. 00:50
[ 쇼코의 미소 ]
여행지에 처음으로 가져가 본 소설 책. 감정의 결이 섬세하게 그려지는 느낌을 받았다.
가족이라고 해도 서로를 잘 모르고, 말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쇼코의 미소’를 읽을 때 할아버지와 나의 관계를 보며 마치 아빠와 나의 관계 같다는 생각을 했다. 손녀에 대한 애정이 깊어도 오히려 퉁명스럽게 대하게 된다거나, 서로 마음을 알면서도 애써 내색하지 않는 점. 오히려 전혀 관계 없는 사람에게 솔직한 마음을 터 놓고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그런 것들. 할아버지는 쇼코에게 편지를 남겼지만, 우리 사이엔 무엇이 남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서 작가가 담백하게 그리는 사람과 사람사이의 인연이 쌓여가는 모습들이 마냥 낯설었던 것 같다. 특히 ‘신짜오, 신짜오’나 ‘한지와 영주’처럼 주요 인물이 외국인인 경우 내가 알지 못하는 영역을 마주한 기분이 들었던 것 같다. 말 한마디로, 또는 침묵으로 관계가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 그땐 잘 몰랐어. 그렇게 (말)해서 미안했어-라고 말할 수 있는 기회는 영영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왜 매번 나중에야 깨닫게 되는 걸까.
[내게 무해한 사람]
명상을 다녀오고 타인이 내뿜는 부정성을 견디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나는 타인에게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딱 무해한 사람이라는 단어를 떠올렸기 때문에 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읽던 도중에 쇼코의 미소를 먼저 완독해서 조금 순서가 애매해졌지만.
이 작가의 책에서는 ‘남자’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 모래로 지은 집에서 유일하게 공무라는 인물이 잠시 등장할 뿐. 여자와 여자의 관계가 사랑으로, 자매애로 나타나거나 결혼이나 직장내에서 여러이유로 억압받는 여자들이 그려진다. 외롭고 힘든 이 사람들을 보듬어주고 따뜻하게 해줄 사람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다들 치열하고 빠듯하게 살아서 안쓰러웠다.
요 며칠 내가 했던 말들이 다시 나에게 돌아와 나를 괴롭게 했다. 습관적으로 튀어나오는 부정성과 사람에게 서툰 나에게 염증이 느껴져서... 남 욕할거 하나 없다 정말.
잘 해나갈 수 있을까. 그러고 싶다.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