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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슴도치의 소원 - 톤 텔레헨
    리뷰/책 2019. 1. 28.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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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슴도치는 이제껏 그 누구도 초대해 본 적이 없었다.
    그는 눈을 뜨고 뒷통수에 솟은 가시 사이를 긁적이고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편지를 썼다.

    보고 싶은 동물들에게
    모두 우리 집에 초대하고 싶어

    고슴도치는 펜을 물고 뒷머리를 다시 긁적이고는 그 아래 이어 적었다.

    하지만 아무도 안 와도 괜찮아



    혼자 있는 시간에 대해 생각해 본다. 집의 분위기는 조용하고, 차분해서 안정감이 든다. 어제는 지인이 놀러왔었는데 반가우면서도 부담스러웠다. 같이 있어서 좋은데 같이 있으니까 불편하다는 모순적인 감정을 느낌.


    고슴도치는 겁도 많고 답답할 정도로 피해망상이 심하다. 동물들이 방문해 주기를 바라며 차와 여러가지 케이크를 준비하려고 마음 먹다가도, 금방 ‘아니야, 아니야’ 하면서 동물들이 방문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생각한다.

    상상 속의 방문자들이 모두 친절하고 다정한 것도 아니다. 대부분은 일방적이고, 피해를 끼치고, 때리거나 잘난척하거나, 비난하거나... 단체 모임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기도 해서 재미있기도 했다.

    하지만 순도 100% 피해 망상이 계속 이어지니 너무 피곤하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 이럴 것이다, 저럴 것이다...하며 핑계를 대는 건 내 성향과 너무 맞지 않는 듯. 염려가 많은 것도 정도가 있지. 심지어 걱정을 하면서 그걸 해결할 대안을 찾는게 아니라 내 가시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자기 합리화로 끝난다. 으아아아악.

    그런 이야기 뿐이라 읽다가 대체 언제 끝나는 거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마지막에 다람쥐도 실제로 이루어진 만남이라고 생각하기가 어려웠다. 그저 100번 가정한 시나리오 중 하나쯤 있을 법한 희망적인 환상이 아니었을까 싶음.

    마지막은 고슴도치가 잠들어 겨우내 깨지 않았다는 것으로 끝나는데, 어쩐지 독거노인이 쓸쓸하게 생을 마감하는 모습이 떠올라 소름 돋았다. 삽화는엄청 귀여운데 내용이 다소 아쉬웠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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